2013년 4월 28일 일요일

adult[야설] 그여름날7


준호 역시 혼란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조금 나은게있다면 비록 인생이랄건 없지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편하게만 살아온건
아니고 아니 오히려 또래들처럼 부모 밑에서가 아니라 혼자 세상 어려움을 겪으며 살
아오다보니 적응력이 남다를수밖에 없을뿐 아니라 한동안 못된짓을 일삼으며 다닐때
흔히 나이많은 여자들과도 관계한터라 그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상대가 역시 선생님이라 조금 거리낌이 있을뿐 그러나 정말 혼란스러운것은 준호에대
한 선생님의 태도란것이다. 반년가까이 보아오면서 선생님의 성품이나 태도를 그런대
로 알고 있는지라 일순간에 자신에게 흐물어진 그녀에대해서 그리고 점차로 다시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준호의 가슴에 자라잡아가고 있었기때문이다. 한번도 여자에대해
 보고 싶다, 같이 있고 싶다는둥의 생각은 없었던 준호인지라 이런 감정을 주체하기가
 힘던것이다.
또 부인할수없는것은 그한번의 섹스에대한 생각이다. 이제껏 상대해왔던 노는 계집에
들이나 읍내 과부들과는 비교할수없는 싱그러움이나 아름다움 같은것이 느껴졌기때문
이다. 준호가 보기에 아직 그렇게 많은 관계가 없었던 까닭인지 남자를 즐겁게하는 기
술이나 스스로 젖어가는건 많이 떨어지지만 오히려 그런것에 애착을 느껴가는 자신을
바라보며 혼란스러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몇번 말을 걸어볼려고도 했다. 하지만 자신을 피하는 기색이 확실한지라 또 남의 이목
도 있고해서 그일이있고 벌써 일주일이 다가고있는데도 얼굴한번 마주치지 않았던것이
다.

혜경은 토요일 아침이되자 출근길에 옷가지 몇점을 꾸려 가방에 넣어 가지고 간다.
수업이 끝나는데로 서울의 집에 갔다오리라 몇일전부터 마음 먹은것이다.
집이라곤 하지만 하나있는 이민간 오빠를따라 어머니는 미국으로 간지 삼년이 넘었고
덩그러니 빈집만 있다. 그래도 준호와의일을 생각하니 휴일을 이곳에서 보낼수없다는
생각이었다. 보지않으려고 노력하면서도 한번쯤 보고싶다는게 솔직한 마음인것도 같고
 아뭏튼 오랜만에 서울에가서 친구들도 만나고 이곳의 일도 잊고 싶은것이다.
"이선생님 어디 가시나요"
"네 집에 좀 다녀올까 해서요"
아침에 주위 사람들에게는 말을해두었고 혜경은 열두시가되자마자 교문을 나선다.

준호는 토요일 아침이되자 오늘은 꼭 선생님을 만나서 확실히 하자고 스스로 다짐한다
. 그냥 우발적인 기분으로 그렇게 되었다고 말한다면 자신도 미련없이 없었던일로 하
기라 마음먹으며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계속 선생님과 만나기라도 할것인가에 대해서
는 만난후에 결정하기로 한다.

시골 학교의 토요일의 수업은 흔히 있는둥없는둥하다.
삼교시를 마치고 준호는 사택으로가 그래도 가장 깨끗한 옷으로 갈아 입는다.
아직 다른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돌아갈려면 좀더 기다려야한다.
열두시가 방금 지났을까 운동장 넘어 교사쪽을 바라보던 준호의 눈빛이 빛난다,
선생님이 운동장을 가로질러 교문으로 나가고 있다. 그런데 자그마한 가방을 들고 있
는게 어디로 가는것 같다.
순간 준호의 가슴은 방망이질치는걸 느낀다. 선생님이 어디론가 떠날려 하고 있다는
생각에서다. 준호는 벌떡 일어난다. 그리고 무작정 선생님의 뒤를 따랐다.
읍내로 나갈련느듯 집쪽이 아니다. 이십분을 기다려 버스를 타는걸보고 망설인다.
버스는 이내 선생님을 태우고 사라진다. 망연히 서서 멍청히 지나간 버스를 바라보고
있는데 경적 소리가 준호를 깨운다.
"야 준호 아냐 뭐하냐 ?"
중학교때 친구인 동석이다. 녀석은 준호와 동기이니 2년전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읍
내에서 택시 기사를 하고 있는데 아마 이근처에 손님이 있어 온 모양이다.
" 야 잘 만났다 읍내까지 좀 태워주라 빨리"
대답도 들어보지 않고 앞좌석에 앉는다
" 왜 읍내에는 무슨 일인데?"
"응 어디 좀 갈려고.."
시큰둥히 대답하고 이런저런 안부를 묻는사이에 차는 읍내로 들어선다.
" 손님 어디로 모실까요?
능청스런 놈의 농담을 뒤로하며 준호는 역으로 달려간다.
어차피 다른곳으로 갈려면 역말고는 없다.
역전을 가로질러 대합실 안으로 들어가니 기차표를 손에 들고 나무의자에 앉아있는 선
생님의 모습이 들어온다.
어떻게 말해야하나 잠깐 망설이는 사이 개표가 시작되고 선생님은 기차를 타기위해 들
어가고 곧이어 기차의 요란한 기적소리가 들려온다.
머뭇거리던 준호는 더 망설일수는없다. 지금 가면 다시는 보지못할것만 같다. 따라서
안으로 들어간다.
" 이봐요 차표"
"앞에 간사람이 들고 들어갔어요"
준호는 뭐라고 말하는 개표원을 뒤다돌아보지않고 기차로 뛴다.
막 출발하려는 기차의 마지막칸에 올라선 준호는 숨을 고르며 찬찬히 살핀다.
거의 맨앞의 칸으로 가서 선생님의 뒷모습이 보인다.
옆자리에는 아무도 없다.
잠시 망설이다 말없이 옆에 앉는다.
"어디 가시는거죠?"

약간 고개를 돌려 옆을 보던 혜경은 깜짝 놀란다. 그럴수밖에 도깨비처럼 준호가 옆자
리에 앉아 있는것이다.
"준호야"
준호는 그저 혜경의 눈만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다
"어떻게 .."
묻는 말엔 대답하고 뚫어져라 혜경의 눈만을 바라보던 준호가 조용히 되묻는다.
"여길 떠나시는건가요?'
"응? 뭐라구?'
그제야 말뜻을 알아들은 혜경이 대답한다.
"아냐 서울 집에 같다 올려구 그런데 너는 어떻게..."
순간 준호는 허탈한 기분마져든다.
"전 선생님이 영 떠나는줄 알고 학교에서부터 따라왔죠"
"떠나? "
피식하고 선생님이 웃는다. 언듯보이는 치아가 참 가지런하다.
"제가 너무 앞서갔나보네요"
나즈막하지만 힘있는 말투. 나이를 느끼지 못하게하는 이런 태도는 어디에서 나오는걸
까? 혜경은 눈앞의 남자가 이 일주일을 그렇게 혼란스럽게 한 사람이란걸 새삼 의식한
다.
"넌 어디로 갈거지?"
"글쎄요 그냥 선생님하고 같이 가는거죠"
빙긋이 웃으며 대답하는 준호의 모습을보며 혜경의 가슴이 덜컥 내려 앉는다 '
'같이가.. 같이...'
어쩌면 준호의 정말 속마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혜경 자신은 이런 상황을 내심 두려
해왔지 않은가, 그래도 또 한편으론 같이라는 말에 어린애처럼 설레인다.
"물론 그러면 안되겠죠?
자신에게 묻는건지 아니면 스스로하는 말인지 조그맣게 되뇌이는 준호의 얼굴 넘어로
희미하지만 분명한 슬픔이 보인다.
기차는 양평역으로 들어서고 있다.
술렁이는 주위의 소란함속에서 둘의 눈길이 마주치고 혜경이 준호의 손을 잡는다.
"우리 여기서 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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