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2일 목요일

adult[야설] 난륜여행(亂倫旅行) -7부


▣ 제 7 회 회유(懷柔)

어느덧 선선한 가을이다.
여름 내내 장맛비와 찜통 같은 무더위가 지치게 만들더니만 가을하늘이 맑고 높다. 그런데 내 일상은
후덥지근했던 그 여름날보다 더 불쾌하고 엉망인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 여보, 오늘이 큰오빠 노래주점 개업하는 날이에요. ”
“ 그래서? ”
“ 우리도 가봐야 하지 않아요? ”
“ 그긴 뭐 하러? ”
“ 또... 또 그런다. 뭐가 그리 불만이에요? ”
“ 이게 집이야? 애들 몽땅 보내고 설렁한 집구석, 당신은 허전하지도 않아? ”
“ 그럼 어떡해요? 다 애들 위해선데! ”
“ 애를 위해서? 그 낯선 곳에서 어떻게 지나는지 당신은 알고나 있어? ”
“ 걱정 말아요. 제임스가 잘 돌보고 있어요. ”
“ 제임스, 제임스. 또 그놈의 제임스. 대체 당신 그놈과 무슨 관계야? ”
“ 또 그 소리, 당신과는 아예 이야기를 말아야지. 알았어요, 나 혼자 다녀올게요. ”
아내는 서둘러 내 입을 막아버리고 외출준비를 위해 자신의 방으로 사라졌다.
* * * * * * * * * * * * * * * * * *
늘 티격나는 생활을 참다못한 큰처남댁이 제법 많은 투자를 해, 노래주점 하나를 멋지고 고급스럽게
만들어 큰처남에게 맡기기로 한 것이다.
그 조차도 이왕 만드는 것 최고급 최신시설로 만들자고 큰처남이 끝내 고집을 부려 정말 멋진 노래주
점을 만들어 놓았다.
오늘 큰처남이 그 노래주점의 사장이 되는 날이다.
나도 먼저 출발한 아내의 뒤를 따라 그곳으로 향했다. 이것저것 골치 아파 그냥 집에서 쉬고 싶었으
나 참석을 하지 않으면 큰처남댁에게 원망 들을까 염려하여 집을 나섰다.
개업식장의 입구에는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큰처남댁과 양복에 멋진 넥타이를 맨 큰처남이 함박웃음
을 웃으며 손님을 맞아하고 있었다.
“ 당신? 꼼짝 않을 것 같더니 어쩐 일로 왔어요? ”
그들 곁에 서있던 아내가 조르르 달려와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을 건넸다.
“ 축하는 해 드려야 할게 아냐! 형님, 번창하기를 기원합니다. ”
큰처남에게 큰소리로 인사를 건네고 실내로 들어서니 바깥나들이를 거의 않던 장모님도 와 계셨다.
생기 가득한 장모님의 아름다운 모습이 마치 젊음을 되찾은 듯 했고, 자태의 단아함 역시 연륜이 깃
든 멋을 간직하고 있었다. 백수신세에 빈둥거리던 큰아들이 다시 직업을 갖게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장모님은 가슴이 뿌듯해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 장모님도 와 계셨네요? 이제 형님께서 사장되셔서 든든하시겠습니다. ”
“ 예끼 이 사람아, 자네까지 왜 그러는가? 이번엔 며느리가 큰 힘을 썼네. ”
큰아들의 방황 때문에 며느리 앞에서 숨죽여 지냈던 일을 은근히 빗댄 말이었다.
“ 그러게요. ”
“ 능력 있는 아범이 아닌가? 잘할 걸세. ”
아들 잘나 보이지 않는 어미가 고금에 있었던가? 그래도 큰아들 변명에 바쁜 장모님이었다.
살랑살랑 움직이는 장모님의 화사한 모습이 오십 중반의 몸 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수려한 미색을 뽐
내고 있다. 하기야 이른 나이에 시집가 일찍 남편 여의고, 부잣집 마나님으로 지낸 반평생에 몸 가꿀
시간만 있었지 언제 몸이 늙을 여가라도 있었던가?
오늘은 큰 아들 사장되는 기쁨에 그동안 어두워 보였던 얼굴까지 환하고 생기 넘쳐 여느 삼십대 아낙
보다도 더 탄력 있어보였다.
어릴 때 동네에서 제법 예쁘다는 소리를 듣던 장모님은 손 귀한 최부자댁에 끌려가듯 시집간 때가 열
여섯 나이, 첫해에 낳은 큰처남, 부잣집에서 애지중지 부족한 것 모르고 자란 큰처남에게 장모님까지
아들 귀엽다고 저 하고 싶은 대로 받아주며 오냐오냐 키운 잘못이, 장가 든 후까지도 낭비벽 심하고
고집스러운 성격 고쳐지지 않아, 그 아들 때문에 보이지 않은 고부간의 갈등은 또 얼마나 깊었던가?
장인 돌아가신 후 그 많은 재산 곶감 빼먹듯 다 까먹고 부친이 물려 준 전 재산 모두 거들낸 후, 나
이 사십에 회사에서조차 쫓겨난 백수 신세에, 그나마 며느리 번 돈으로 기죽지 않으려 큰소리치며 우
쭐대는 큰아들 꼴 보다 못해 거처까지 작은처남댁으로 옮겼던 장모님의 마음은 큰처남이 사장이 된다
는 사실에 얼마나 흐뭇해하며 기뻐하셨을까? 그동안 장모님 애타하던 장모님 보기 안타까워 마음이
아팠는데 이처럼 기뻐하는 장모님의 모습을 보니 꼭 끌어안고 축하라도 드리고 싶었다.
한동안 상념에 젖어있을 때, 누군가 팔꿈치를 툭 건드렸다.
“ 형부! ”
이런 장소에는 결코 얼굴을 드러내지 않던 막내처제였다.
“ 어... 처제도 왔구나! ”
“ 예, 엄마 모시고 왔어요. 그런데 형부는 무슨 생각을 그리도 깊이 하고 계셨어요? ”
“ 응, 장모님 생각!
“ 제 생각이 아니고 엄마생각? 피이...! ”
“ 미안, 다음엔 처제생각 할게. 헌데 처제는 시집 언제 갈 거야? ”
“ 형부도 참! 어디 형부 같은 사람 한사람 만 데려다 줘요. ”
“ 나 같은 사람? 알았어, 기다려봐! ”
“ 정말요? 호호호... 그럼 기다려야지. ”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동난 처가식구들이 모두 한곳으로 모여들었다.
노래주점 실내는 과연 멋지게 꾸며져 있었다.
넓은 대기실에 각 방마다 최신형 기기에 대형 모니터, 시원하게 꾸며진 방마다 고급 응접실을 연상케
하는 넓은 공간이다.
손님 대기실 소파에 앉아 담배를 한대 피우고 있으니 큰처남댁이 커피를 들고 다가왔다.
“ 강여사, 오늘은 새색시처럼 예쁜데? 한복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줄 여태껏 몰랐어요. ”
한복을 입고 손에는 찻잔을 든 채 살랑살랑 다가오는 큰처남댁에게 귓속말을 하니 한손으로 입을 살
며 가리며 미소를 띠웠다.
“ 아이... 놀리면 싫어요. 고모부는 따뜻한 커피 좋아 하잖아요. 고모부 취향을 알고 커피를 따뜻하
게 끓여 왔어요. ”
내가 큰처남댁을 부르는 호칭이 경주의 사건이 있고 난 후부터 어느새 강여사로 바뀌었다. 큰처남댁
도 둘만이 있을 때는 그렇게 불러 주는 것을 더 좋아 하는 듯했다. 아마 우리사이에 처남댁이란 처지
가 자신도 모르게 부담이 되었던가 보다.
저녁 늦은 시각, 작은처남댁, 처형부부 모두 모여드니 처가 형제들만 모여도 노래주점이 가득 찰
정도로 대가족이다.
하기야 손 귀한 집이라 장모님이 놓고 또 놓다보니 아들 둘에 딸 다섯, 장인어른 일찍 돌아가시지 않
았다면 더 많은 자식들이 있었겠지만 이정도만 해도 한참 많은 식구들이었다. 헌데 불행하게도, 장가
든지 얼마 되지 않아 둘째아들이 세상을 떠, 졸지에 과부가 된 작은처남댁이었다.
“ 어서들 오십시오, 먼저 와 있었습니다. ”
들어서는 처가댁 가족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건넸다.
“ 어허... 처형, 처제 그리고 작은 처남댁, 오늘이 무슨 날인감? 모두들 시집가는 새색시처럼 멋지
게들 차리고 어쩐 일들이우? ”
농담처럼 건네는 내 말에 모두들 호호 웃으며 눈을 내려뜨는 모습을 보고, 이들도 도리 없는 여자로
구나 마음속으로 생각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지 않아도 의상실을 하는 큰처남댁의 멋진 맵시와 감각적인 몸매에 항상 주눅 들어있던 작은처남
댁은, 가족들이 모두 모인 오늘 어쩌면 혼자 사는 여인네라 더 비교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한껏 예
쁘게 꾸미고 나타난 거고, 처형 역시 개업 날 올케언니에게 기죽지 않으려 작정하고 화려하게 몸단장
을 한 나들이였다.
“ 여보, 일루 와 봐. 오늘 모인 당신 형제들 너무들 화려하고 멋져. 그런데 그중에서도 당신이 제일
아름답구먼! ”
처가식구들 모두 모인 이 자리, 빈말이라도 아내를 추켜세워 장모를 즐겁게 해드리고 싶었다. 큰오빠
와 올케 앞에서 기분 좋게 떠들어 대던 집사람의 입이 함지박만큼 벌어졌다.
“ 에이, 당신도! 여기가 뭐 패션쇼 공연장인줄 아우! 우리가 당신 눈요기나 시켜주고 있게. 그보다
당신이 오빠 개업을 축하하는 의미로 우리 형제들에게 한턱내시구려. ”
“ 맞아, 고모부. 우리 집 여자들이 모두 고모부 눈을 즐겁게 만들었으니 고모부가 크게 한턱내시면
되겠네? ”
큰처남댁이 하는 말을 들은 집사람이 나를 채근했다.
“ 그래요, 여보. 올케언니 말대로 당신이 처가 식구들에게 한턱 쏘세요. 덕분에 나도 친정에 큰소리
한번 쳐 봅시다. ”
“ 그래, 좋아! 형님, 이 노래주점 내가 통째로 전세 낼 테니 다른 손님은 받지 마세요. 오랜만에
식구들 끼리 한번 놀아 봅시다. ”
큰처남을 향해 호기를 부리는 내게 큰처남댁과 집사람이 동시에 박수를 치며 즐거워했다.
“ 역시 고모부는 멋져요, 여보, 우리 그렇게 해요. ”
“ 호호호... 그래요 언니, 처가에 돈 쓰겠다는데 누가 말려? ”
모두가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하고 있을 때 큰처남이 한마디를 하고 나섰다.
“ 가만 가만, 개업일이라고 친구들이 온다고 했는데. 그리고 저사람 의상실 손님들도 올 거고... ”
오늘이 사장되는 날이라 지인들에게 한껏 자랑이라도 해 두었는가 보다.
“ 어허, 형님도. 그 사람들 오면 방 하나씩 나누어 주고 놀게 하면 되지 뭘 걱정합니까? 강여사, 노
래방 문 앞에 '개업일 초대장 가진 분' 만 입장시킨다고 팻말 하나 써 붙이고 오세요. 그러면 일반
손님은 돌아가면서도 이 노래주점은 정말 고급 손님만 받는 특급주점이구나 입소문을 낼 거고, 오히
려 좋은 일 아녜요? ”
“ 어머 고모부, 손위 처남의 어부인에게 강여사가 뭐예요? ”
많은 식구들 앞에서 큰처남댁을 강여사라 부르며 말을 하자 큰처남댁이 모두 들으라는 듯 내게 큰소
리로 책망했다. 나도 그 말을 받아, 큰처남댁에게 한쪽 눈을 찡긋하며 농담처럼 말했다.
“ 이런, 큰처남댁이 뭘 잘 모르시네? 주점사장 사모님을 강여사라 높여 부르는데! 그런 줄 알고 어
서 나가서 팻말이나 붙이고 오세요. ”
처가 식구들 모두 " 그래그래, 사장 사모님인데" 해가며 그저 한참 기분이 들떠있는 상황이었다.
“ 자, 우리 모두 큰방 차지하러 갑시다. 사장님, 여기 술과 안주 푸짐하게 주시고 손님접대에 소홀
함 없이 잘해 주셔야 합니다. 장모님도 이리로 오세요. ”
장모님을 모시고 가족들을 주점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룸을 찾아 들어가며, 지갑에서 수표 한 장을
꺼내 큰처남의 손에 쥐어 주었다.
“ 형님, 이거 오늘 하루 통째로 빌리는 선금입니다. ”
받아든 수표를 바라 본 큰처남이 깜짝 놀랐다.
“ 백서방, 이거 천만원 수표가 아닌가? 아무리 가족들에게 한턱내는 것이라 해도 이건 너무 많아.
나... 이런 돈은 받지 못하겠네. ”
장모님과 처가의 가족들이 눈을 둥그렇게 뜨고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 아닙니다, 형님. 그 돈, 형님이 사업을 시작했다는데 제가 시설비라도
조금 보태고 싶어 드리는 겁니다. ”
큰처남 곁에서 집사람이 생글거리며, 수표를 오빠의 손을 잡아 주머니에 밀어 넣었다.
“ 받아요, 오빠. 우리 그이가 오빠 사업 번창하라고 보태는 거예요. ”
집사람의 얼굴에 뿌듯함이 넘쳤다.
“ 그래? 그렇다면 고맙게 받겠네. 대신 오늘은 내가 최대한 서비스를 하지. ”
나의 행동에 가장 고마워하는 사람은 장모님이었다. 그 곁에서 큰처남댁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바
라 보고 있었다.
“ 백서방, 고맙네. 아범이 돈 많이 벌면 지마누라에게 기죽지 않고 형제들에게 다 잘할 걸세! ”
장모님이 내 곁에 살며시 다가와 손을 꼭 잡으며 조그맣게 말했다.
지금껏 큰아들이 아들노릇 제대로 못하며 지낸 날들을 마음아파하며 항상 노심초사하던 장모님의 안
타까운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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