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5 회 애욕의 드라이브
지겹게도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토요일 오후, 유리창에 흐르는 빗물을 바라보는 무료함을 깨고 전화
벨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 예, 백영훈 입니다. ”
“ 고모부, 저예요. ”
한동안 연락이 없던 큰처남댁의 전화였다. 또 무슨 일이 터졌나, 놀란 마음을 달래며 조심스럽게 물
었다.
“ 어쩐 일로 사무실로 전화를 다 하시고? ”
“ 고모부 지금 시간 있으세요? ”
애교스러운 목소리였으나 다급함이 느껴졌다.
“ 사무실 일이 아직 안 끝났는데, 급한 일이예요? ”
“ 그럼 끝나는 대로 의상실로 꼭 와줘요, 기다릴 게요. ”
큰처남댁은 스스로 결정하고는 대답도 듣지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급히 남은 일을 정리하고 달려가 의상실에 들어서니 큰처남댁이 반갑게 맞이했다.
“ 생각보다 일찍 와주셨네! ”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차를 앞에 내 놓으며 생글거리는 큰처남댁에게 물었다.
“ 무슨 일이에요? ”
“ 저와 경주에 함께 가요. ”
“ ... ...? ”
뜬금없이 경주에 가잔다. 어이없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내게 큰처남댁이 한번 더 다짐을 했다.
“ 꼭 함께 가야해요. ”
“ 갑자기 경주는 왜? 무슨 일 있어요? ”
“ 경주 매장에 납품한 숙녀복 수금할 것이 있는데 그 사람 차일피일 미루더니 오늘 오후에 주겠다는
연락이 왔어요. ”
“ 그럼 송금시켜 달라면 되겠네? ”
그러자 큰 처남댁이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 토요일 오후라 송금도 불가는 하고, 그보다 꼭 경주에 있는 자기 사무실로 와야 준다고 하네요.
그런데 그 사람, 좀 능글거리며 이상한 사람이에요. ”
“ 왜요? ”
“ 다른 거래처는 항상 온라인 송금으로 결재를 하는데 유독 경주매장의 그 사람은 사무실로 직접 받
으러오라고 하잖아요. 그 사장이란 사람이 좀 음흉하기는 해요. 그래도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우리
의상실의 가장 큰 거래처거든요. ”
“ 으음, 알았어요. 함께 갑시다. ”
“ 그럼 지금 출발해요. 제가 모실 테니 고모부 차는 주차장에 파킹시키고 제차로 가요. ”
큰처남댁의 에쿠스 승용차로 편히 경주까지 가기로 작정을 했다. 운전은 큰처남댁에게 맡긴 채 옆자
리에 편히 등을 기대고 가는 길은 편하기가 그지없었다.
“ 잠깐, 저 앞에 잠시만 세워요. ”
시내를 벗어나기 전에 언뜻 눈에 들어오는 전자상가를 보며 급히 차를 세웠다. 그리고는 다시 차로
두 시간여를 달려 이윽고 경주에 도착했다.
시내의 번화가 중심에 위치한 파라다이스 데파트먼트, 그곳이 목적지였다. 데파트 구내의 커피숍에
큰처남댁과 마주앉았다.
“ 저 안쪽 모퉁이에 있는 고급 숙녀복 매장이 그곳이에요, 매장 안 사무실에 찾아가서 수금을 해오
면 되니 고모부는 여기 계세요. 혹시 무슨 일이 벌어지면 고함을 지르거나 모시러 올게요. ”
커피를 한잔씩 마신 후 나를 그곳에 기다리게 하고 일어서는 큰처남댁의 손을 잡아 자리에 앉혔다.
“ 잠깐만, 이 볼펜 가지고 가요. 그리고 계산이 틀려진다거나 수금이 어려워지면 즉시 날 불러요 ”
조그만 볼펜을 큰처남댁의 윗옷 포켓에 꽂아주며 다녀오라 눈인사를 했다.
* * * * * * * * * * * * * * * * * *
고급숙녀복 매장 안쪽에 위치한 사무실 문을 열며 들어서는 큰처남댁을 보며 매장의 사장이 반색을
하며 인사를 했다.
“ 아이고... 강사장, 먼 길 오셨네. 이리로 와서 앉아요. ”
응접실 소파를 가리키며 안내를 했다.
“ 안녕하셨어요. 박사장님, 말씀대로 수금 때문에 직접 왔습니다. ”
그래도 밝은 표정을 지으며 들어선 큰처남댁이다.
“ 자자, 앉으세요. 뭐가 그리 급해 오시자마자 수금이야기 부터 합니까? 우선 차나 한잔 마시고 천
천히 이야기 합시다. ”
박사장이란 작자가 슬며시 큰처남댁이 앉아 있는 옆으로 건너오며 수작을 부리고 있었다.
“ 역시 강사장은 나이보다 젊어 보이고 매력이 있단 말이야. 강사장, 강사장 의상실 거래의 반 이상
을 우리 매장이 감당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고 계시지요? ”
의뭉스러운 웃음을 흘리며 옆으로 바짝 다가앉았다. 그의 음흉한 눈빛은 큰처남댁의 허벅지 사이에
고정되어 있었다.
‘ 아차, 이 사람의 속내를 짐작 했으면서도! ’
그럴 거라 여기면서도 고모부와 함께 라는 사실에 마음이 들떠, 바지나 긴 치마를 입고 오지 않은 것
에 자꾸만 마음이 쓰였다. 두 손으로 짧은 스커트를 당겨 무릎을 가리며 대꾸를 했다.
“ 예, 박사장님. 사장님 덕에 우리 의상실 점점 번창해져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박
사장님 말씀에 따라 여기까지 직접 결재 받으러 왔잖아요. 저 바쁜 일이 있어 빨리 가야 하거든요! ”
속은 바짝바짝 타도 얼굴에는 웃음을 띠며 박사장을 향해 독촉했다.
“ 알았어, 알았다구. 좋소, 강사장. 아니 강영화씨. 지금 결재해 줄 테니 오늘은 영화씨가 한턱 내
시오. ”
업계의 관행인 리베이트를 원하는 말이다. 그런데 어감이 조금은 달랐다.
경주까지 직접 수금을 하러 오라는 박사장의 저의, 그것도 토요일 오후 시간에 직접 오라는 속내는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다. 때문에 고모부와 동행을 하자 조른 게 아니었던가? 우선 한시 바삐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
“ 박사장님, 오늘은 정말 급한 일이 있거든요. 제가 다음에 꼭 대접할게요. 일전에 말씀하신 골프채
든 뭐든 원하는 물건이 있으면 선물도 할게요. 그러니 오늘은 빨리 결재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
“ 흐흐흐... 강여사, 내가 거래를 끊게 되면 재미없을 텐데? 난 바라는 선물도 없어. 다만 내가 원
하는 걸 강여사가 아무 말 말고 들어주기만 하면 되는 거야. 강여사도 그쯤은 알고 있을 텐데? ”
어느새 박사장은 말투까지 달라졌다.
“ 박사장님, 원하는 선물 해드린다고 했잖아요? 그것 말고 원하는 게 뭐예요? ”
“ 강여사, 강여사는 정말 멋진 몸매를 갖고 있잖아. 역시 의상실을 할 만한 센스를 가진 뛰어 난 몸
이란 말이야. 골프채? 아니면 현금? 그딴 거 다 필요 없어. 그 정도는 내게도 수없이 많거든! 돈도
평생 쓰고 남을 만큼 가졌고..., 후후후 오늘 그 몸을 내게 선물하고 가시지. 그럼 우리의 거래는 영
원히 계속 될 거야. 어때? ”
손이 짧은 치마 속을 파고들어 왔다.
“ 무슨 짓이야! 어디에 손을 넣어요? 그만두지 못해요! ”
큰처남댁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울렸다.
“ 크흐흐... 강여사, 속살도 무척 부드럽구먼. 통통히 살이 오르고 말이야! ”
“ 박사장님. 이러지 마세요. 자꾸 이러시면 고소 할 거예요. ”
“ 크큭, 고소라? 그래 고소해 봐. 강여사는 지금 수금을 하기 위해 나를 찾아왔고, 그 또한 가장 큰
거래처를 잃을까봐 거래를 계속해 달라 사정하기 위해 내 사무실을 직접 방문한 게 아니던가? 좋아,
그렇다면 이쯤에서 우리의 거래를 끝내도록 하지! ”
박사장은 의상실의 존폐를 담보해 협박을 하고 있었다.
* * * * * * * * * * * * * * * * * *
커피숍에 앉아 큰처남댁을 기다리고 있던 내게로 울면서 달려오는 큰처남댁을 보며 아차 늦은 건 아
닌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 어찌된 일이오? ”
자리에 앉는 큰처남댁에게 뜨거운 커피를 한잔 권하며 묻는 나를 바라보자 순간 긴장이 풀렸는지 왈
칵 울음을 터뜨렸다.
“ 흑... 흑흑, 고모부. 저 미친놈이 거래를 끊겠다는 것을 미끼로 나를 겁탈 하려 했어요. ”
다행히 별일은 없었던 듯 했다.
“ 저놈을 당장! 참, 수금은 했어요? ”
“ 그냥 도망쳐 나왔어요. ”
“ 그래요? 알았으니 잠시만 여기에 앉아 계세요. 내가 알아서 처리 하지요. ”
큰처남댁을 안심시킨 후 자리에서 일어나며 큰처남댁의 윗주머니에 꽂아두었던 볼펜을 슬쩍 빼 들고
는 박사장의 사무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커피숍으로 돌아온 나는 초조하게 기다리던 큰처남댁에게 수표가 든 봉투를 내
밀었다.
“ 대단해요, 고모부. 그 사람 그리 수월하게 수금해 줄 인간이 아닌데? 들어가자마자 금방 받아 오
시고... ”
“ 후후후... 아무 말 않고 주던데요? 그리고 거래도 계속될 겁니다. ”
“ 어떻게 했어요? 정말 궁금하다. 우리 고모부 다시 봐야겠네? ”
조금 전까지 눈물이 흐르던 큰처남댁의 그녀의 눈에 웃음이 가득했다.
“ 처음부터 느낌이 큰처남댁을 노리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조그만 수를 썼어요. 옷에 꽂고 들어간
것은 볼펜이 아니고 소형 녹음기입니다. 혹시 두 사람 사이에 그런 일이 생기지 않을까 염려가 되어
꽂아드린 거요. ”
“ 어머, 고모부. 그럼 미리 저에게 말해 주시지 않고! ”
“ 후후후... 미리 말했다면 큰처남댁의 표정이 초조해지고 당황해 들킬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 박
사장이란 사람이 눈치를 못 채게 하려면 큰처남댁도 몰라야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있을게 아니오? ”
“ 나까지 속이다니, 고모부 너무 치밀하시다. ”
“ 목적은 달성 했으니 녹음기 잘 보관해 둬요. 이 녹음기 안에 그 사람이 한 말 고스라니 녹음되어
있으니까. ”
“ 알았어요, 고모부. 덕분에 수금도 잘했고 기분도 좋아 졌으니 제가 한턱 낼 게요. ”
처남댁이 내게 눈웃음을 살살 흘리며 고맙다는 표현을 했다.
“ 하하. 그럼 한턱 잘 얻어 먹어볼까? 이왕 여기가지 왔으니 토함산 정상으로 드라이브도 할 겸 산
을 넘어 문무왕릉 쪽으로 갑시다. 그 길로 지나다 감포에서 싱싱한 회나 먹고 가요. ”
“ 좋아요, 지금 출발해요. ”
한껏 기분이 나아진 큰처남댁의 들뜬 모습이었다.
벨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 예, 백영훈 입니다. ”
“ 고모부, 저예요. ”
한동안 연락이 없던 큰처남댁의 전화였다. 또 무슨 일이 터졌나, 놀란 마음을 달래며 조심스럽게 물
었다.
“ 어쩐 일로 사무실로 전화를 다 하시고? ”
“ 고모부 지금 시간 있으세요? ”
애교스러운 목소리였으나 다급함이 느껴졌다.
“ 사무실 일이 아직 안 끝났는데, 급한 일이예요? ”
“ 그럼 끝나는 대로 의상실로 꼭 와줘요, 기다릴 게요. ”
큰처남댁은 스스로 결정하고는 대답도 듣지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급히 남은 일을 정리하고 달려가 의상실에 들어서니 큰처남댁이 반갑게 맞이했다.
“ 생각보다 일찍 와주셨네! ”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차를 앞에 내 놓으며 생글거리는 큰처남댁에게 물었다.
“ 무슨 일이에요? ”
“ 저와 경주에 함께 가요. ”
“ ... ...? ”
뜬금없이 경주에 가잔다. 어이없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내게 큰처남댁이 한번 더 다짐을 했다.
“ 꼭 함께 가야해요. ”
“ 갑자기 경주는 왜? 무슨 일 있어요? ”
“ 경주 매장에 납품한 숙녀복 수금할 것이 있는데 그 사람 차일피일 미루더니 오늘 오후에 주겠다는
연락이 왔어요. ”
“ 그럼 송금시켜 달라면 되겠네? ”
그러자 큰 처남댁이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 토요일 오후라 송금도 불가는 하고, 그보다 꼭 경주에 있는 자기 사무실로 와야 준다고 하네요.
그런데 그 사람, 좀 능글거리며 이상한 사람이에요. ”
“ 왜요? ”
“ 다른 거래처는 항상 온라인 송금으로 결재를 하는데 유독 경주매장의 그 사람은 사무실로 직접 받
으러오라고 하잖아요. 그 사장이란 사람이 좀 음흉하기는 해요. 그래도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우리
의상실의 가장 큰 거래처거든요. ”
“ 으음, 알았어요. 함께 갑시다. ”
“ 그럼 지금 출발해요. 제가 모실 테니 고모부 차는 주차장에 파킹시키고 제차로 가요. ”
큰처남댁의 에쿠스 승용차로 편히 경주까지 가기로 작정을 했다. 운전은 큰처남댁에게 맡긴 채 옆자
리에 편히 등을 기대고 가는 길은 편하기가 그지없었다.
“ 잠깐, 저 앞에 잠시만 세워요. ”
시내를 벗어나기 전에 언뜻 눈에 들어오는 전자상가를 보며 급히 차를 세웠다. 그리고는 다시 차로
두 시간여를 달려 이윽고 경주에 도착했다.
시내의 번화가 중심에 위치한 파라다이스 데파트먼트, 그곳이 목적지였다. 데파트 구내의 커피숍에
큰처남댁과 마주앉았다.
“ 저 안쪽 모퉁이에 있는 고급 숙녀복 매장이 그곳이에요, 매장 안 사무실에 찾아가서 수금을 해오
면 되니 고모부는 여기 계세요. 혹시 무슨 일이 벌어지면 고함을 지르거나 모시러 올게요. ”
커피를 한잔씩 마신 후 나를 그곳에 기다리게 하고 일어서는 큰처남댁의 손을 잡아 자리에 앉혔다.
“ 잠깐만, 이 볼펜 가지고 가요. 그리고 계산이 틀려진다거나 수금이 어려워지면 즉시 날 불러요 ”
조그만 볼펜을 큰처남댁의 윗옷 포켓에 꽂아주며 다녀오라 눈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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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숙녀복 매장 안쪽에 위치한 사무실 문을 열며 들어서는 큰처남댁을 보며 매장의 사장이 반색을
하며 인사를 했다.
“ 아이고... 강사장, 먼 길 오셨네. 이리로 와서 앉아요. ”
응접실 소파를 가리키며 안내를 했다.
“ 안녕하셨어요. 박사장님, 말씀대로 수금 때문에 직접 왔습니다. ”
그래도 밝은 표정을 지으며 들어선 큰처남댁이다.
“ 자자, 앉으세요. 뭐가 그리 급해 오시자마자 수금이야기 부터 합니까? 우선 차나 한잔 마시고 천
천히 이야기 합시다. ”
박사장이란 작자가 슬며시 큰처남댁이 앉아 있는 옆으로 건너오며 수작을 부리고 있었다.
“ 역시 강사장은 나이보다 젊어 보이고 매력이 있단 말이야. 강사장, 강사장 의상실 거래의 반 이상
을 우리 매장이 감당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고 계시지요? ”
의뭉스러운 웃음을 흘리며 옆으로 바짝 다가앉았다. 그의 음흉한 눈빛은 큰처남댁의 허벅지 사이에
고정되어 있었다.
‘ 아차, 이 사람의 속내를 짐작 했으면서도! ’
그럴 거라 여기면서도 고모부와 함께 라는 사실에 마음이 들떠, 바지나 긴 치마를 입고 오지 않은 것
에 자꾸만 마음이 쓰였다. 두 손으로 짧은 스커트를 당겨 무릎을 가리며 대꾸를 했다.
“ 예, 박사장님. 사장님 덕에 우리 의상실 점점 번창해져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박
사장님 말씀에 따라 여기까지 직접 결재 받으러 왔잖아요. 저 바쁜 일이 있어 빨리 가야 하거든요! ”
속은 바짝바짝 타도 얼굴에는 웃음을 띠며 박사장을 향해 독촉했다.
“ 알았어, 알았다구. 좋소, 강사장. 아니 강영화씨. 지금 결재해 줄 테니 오늘은 영화씨가 한턱 내
시오. ”
업계의 관행인 리베이트를 원하는 말이다. 그런데 어감이 조금은 달랐다.
경주까지 직접 수금을 하러 오라는 박사장의 저의, 그것도 토요일 오후 시간에 직접 오라는 속내는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다. 때문에 고모부와 동행을 하자 조른 게 아니었던가? 우선 한시 바삐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
“ 박사장님, 오늘은 정말 급한 일이 있거든요. 제가 다음에 꼭 대접할게요. 일전에 말씀하신 골프채
든 뭐든 원하는 물건이 있으면 선물도 할게요. 그러니 오늘은 빨리 결재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
“ 흐흐흐... 강여사, 내가 거래를 끊게 되면 재미없을 텐데? 난 바라는 선물도 없어. 다만 내가 원
하는 걸 강여사가 아무 말 말고 들어주기만 하면 되는 거야. 강여사도 그쯤은 알고 있을 텐데? ”
어느새 박사장은 말투까지 달라졌다.
“ 박사장님, 원하는 선물 해드린다고 했잖아요? 그것 말고 원하는 게 뭐예요? ”
“ 강여사, 강여사는 정말 멋진 몸매를 갖고 있잖아. 역시 의상실을 할 만한 센스를 가진 뛰어 난 몸
이란 말이야. 골프채? 아니면 현금? 그딴 거 다 필요 없어. 그 정도는 내게도 수없이 많거든! 돈도
평생 쓰고 남을 만큼 가졌고..., 후후후 오늘 그 몸을 내게 선물하고 가시지. 그럼 우리의 거래는 영
원히 계속 될 거야. 어때? ”
손이 짧은 치마 속을 파고들어 왔다.
“ 무슨 짓이야! 어디에 손을 넣어요? 그만두지 못해요! ”
큰처남댁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울렸다.
“ 크흐흐... 강여사, 속살도 무척 부드럽구먼. 통통히 살이 오르고 말이야! ”
“ 박사장님. 이러지 마세요. 자꾸 이러시면 고소 할 거예요. ”
“ 크큭, 고소라? 그래 고소해 봐. 강여사는 지금 수금을 하기 위해 나를 찾아왔고, 그 또한 가장 큰
거래처를 잃을까봐 거래를 계속해 달라 사정하기 위해 내 사무실을 직접 방문한 게 아니던가? 좋아,
그렇다면 이쯤에서 우리의 거래를 끝내도록 하지! ”
박사장은 의상실의 존폐를 담보해 협박을 하고 있었다.
* * * * * * * * * * * * * * * * * *
커피숍에 앉아 큰처남댁을 기다리고 있던 내게로 울면서 달려오는 큰처남댁을 보며 아차 늦은 건 아
닌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 어찌된 일이오? ”
자리에 앉는 큰처남댁에게 뜨거운 커피를 한잔 권하며 묻는 나를 바라보자 순간 긴장이 풀렸는지 왈
칵 울음을 터뜨렸다.
“ 흑... 흑흑, 고모부. 저 미친놈이 거래를 끊겠다는 것을 미끼로 나를 겁탈 하려 했어요. ”
다행히 별일은 없었던 듯 했다.
“ 저놈을 당장! 참, 수금은 했어요? ”
“ 그냥 도망쳐 나왔어요. ”
“ 그래요? 알았으니 잠시만 여기에 앉아 계세요. 내가 알아서 처리 하지요. ”
큰처남댁을 안심시킨 후 자리에서 일어나며 큰처남댁의 윗주머니에 꽂아두었던 볼펜을 슬쩍 빼 들고
는 박사장의 사무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커피숍으로 돌아온 나는 초조하게 기다리던 큰처남댁에게 수표가 든 봉투를 내
밀었다.
“ 대단해요, 고모부. 그 사람 그리 수월하게 수금해 줄 인간이 아닌데? 들어가자마자 금방 받아 오
시고... ”
“ 후후후... 아무 말 않고 주던데요? 그리고 거래도 계속될 겁니다. ”
“ 어떻게 했어요? 정말 궁금하다. 우리 고모부 다시 봐야겠네? ”
조금 전까지 눈물이 흐르던 큰처남댁의 그녀의 눈에 웃음이 가득했다.
“ 처음부터 느낌이 큰처남댁을 노리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조그만 수를 썼어요. 옷에 꽂고 들어간
것은 볼펜이 아니고 소형 녹음기입니다. 혹시 두 사람 사이에 그런 일이 생기지 않을까 염려가 되어
꽂아드린 거요. ”
“ 어머, 고모부. 그럼 미리 저에게 말해 주시지 않고! ”
“ 후후후... 미리 말했다면 큰처남댁의 표정이 초조해지고 당황해 들킬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 박
사장이란 사람이 눈치를 못 채게 하려면 큰처남댁도 몰라야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있을게 아니오? ”
“ 나까지 속이다니, 고모부 너무 치밀하시다. ”
“ 목적은 달성 했으니 녹음기 잘 보관해 둬요. 이 녹음기 안에 그 사람이 한 말 고스라니 녹음되어
있으니까. ”
“ 알았어요, 고모부. 덕분에 수금도 잘했고 기분도 좋아 졌으니 제가 한턱 낼 게요. ”
처남댁이 내게 눈웃음을 살살 흘리며 고맙다는 표현을 했다.
“ 하하. 그럼 한턱 잘 얻어 먹어볼까? 이왕 여기가지 왔으니 토함산 정상으로 드라이브도 할 겸 산
을 넘어 문무왕릉 쪽으로 갑시다. 그 길로 지나다 감포에서 싱싱한 회나 먹고 가요. ”
“ 좋아요, 지금 출발해요. ”
한껏 기분이 나아진 큰처남댁의 들뜬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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