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19일 일요일

adult[야설] 비밀의 방 14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황홀한 쾌락 속에 안주하며 두려움과 혼란스러움에 벗어나고 싶었다. 우리는 젖가슴과 하복부를 들어 낸 모습으로 나란히 누워 서로의 몸을 애무한다. 예진과 나는 서로의 젖가슴을 더듬으며 상대방의 보지 속을 손가락으로 휘젓는다. 쾌감을 느끼는 만큼 서로의 보지 속 깊은 곳을 헤집기도 하고 좌우로 질 벽을 마찰한다.

“아 으~! 으 으! 으 아........”
“으 읍......! 흐 으.......음. 하......”
천정을 올려다보며 신음소리를 참으려하지만 쾌감을 못 이겨 거친 숨소리가 흘러나온다. 수음행위에 숙달되어 그런지 예진이가 보지 속을 자극하는 솜씨에 감탄한다. 나는 예진이 하는 행위를 따라서 그녀의 보지 속의 살갗들을 휘저으며 몽롱해진다.
“이, 이모......!”
“으 ~ 읍!”
엑스터시의 회오리 속에 예진과 나는 왈칵 서로의 몸을 끌어안았다. 예진이가 쾌감을 못 이겨 내 손을 잡아 누른다. 보지 속에 박힌 내 손가락을 더 깊숙이 받아드리려고 안간 힘을 쓰는 것이다. 나는 젖꼭지를 물고 늘어지는 예진의 다리를 허벅지 사이에 조이고 음부를 마찰시킨다. 찰거머리처럼 달라붙는 예진을 부둥켜안다가 흠칫 놀랐다.
방문에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그리고 빠끔하게 열린 방문 틈으로 방안을 엿보는 눈동자가 보인다. 장현우의 눈빛을 떠올리며 놀라서 예진이를 밀어내고 벌떡 일어났다. 방문을 열어젖히니 현관문으로 누군가 사라지고 있다. 맨발로 현관문을 뛰어나가니 집 모퉁이로 사라지는 사람의 뒷모습이 보인다. 예진의 오빠 진혁이 분명하였다. 진혁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야 보여서는 안 될 나의 행위를 뒤늦게 후회하며 씁쓸해진다.
그 일이 있은 후 뒷방에 드나드는 것을 조심스러워하게 된다. 그러나 누군가 집안을 살피는 것 같은 두려움에 되도록이면 예진과 같이 있으려한다. 민호와 단둘만이 있는 시간은 무섭고 괴롭다. 점심때쯤 할머니가 장사하러 나가고 예진이 학교에서 돌아올 때까지의 공백은 정말 괴로운 시간이다. 간혹 예진이 늦어지고 진혁이 먼저 학교에서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는 마지못해 식사를 차려주겠다는 이유로 진혁을 불러 같이 있기도 한다.
예진과의 행위를 훔쳐 본 후로 나를 보는 진혁의 눈빛이 변한 것 같다. 진혁의 시선이 항상 나의 젖가슴과 하복부에 머무는 것을 느낀다. 이제 갓 고등학생이 되었건만 청년들처럼 복장을 하고 거들먹거리며 불량스러워 보이는 진혁의 시선이 불쾌하다. 하지만 알 수 없는 그림자가 두려워 뒷방 가족 누구든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생각한다.
적막이 깃든 시간에 홀로 앉아 있으려니, 혹시나 또 다른 트럼프 카드가 어딘가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든다. 도독고양이처럼 정원으로 나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대문으로 나가서 우편함을 확인한다. 우편함에는 신문만 꽂혀 있고 어떤 우편물도 보이지 않는다. 요즘 며칠째 나를 두렵게 하던 카드나 징후들이 보이지 않는다. 마치 태풍전야 같은 고요함이 깃든 시간들이 지나고 있다. 신문을 펴드니 탈주한 장현우를 추적하는 경찰 소식들이 게재되어 있었다.
정원을 지나며 내 발자국소리에도 신경이 예민해져서 주변을 살핀다. 정원 담장 양편의 옆집들을 올려다본다. 담쟁이 넝쿨이 가득한 이층 벽돌집이 교도소 담장처럼 을씨년스럽게 보인다. 오늘따라 예진은 물론 진혁의 귀가시간이 늦어진다. 들쥐가 달음박질하는 소리를 듣고 놀란 토끼처럼 집안으로 뛰어든다. 집안을 들여다보는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것 같아서 현관문과 창문들을 걸어 잠그고 커튼을 쳐서 햇볕마저 차단한다. 뒷방 식구들의 흔적을 느끼는 것으로 조금이나마 안심할 수 있기에 뒷문만은 활짝 열어 놓았다.
낮과 밤의 일교차가 심해서 감기에 걸렸는지 머리가 아프다. 아스피린을 털어 넣고 민호가 잠들어 있는 침실로 들어간다. 침대위에 누우니 천장이 빙빙 돌아가는 어지러움을 느낀다. 눈을 감고 있으려니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잠결에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가 집 뒤로 향한다. 예진이가 왔을 거라는 추측을 하며 안도감으로 깊은 잠에 빠져든다.
어렴풋이 뒷방 문이 여닫히는 소리를 들으며 꿈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조심스런 발걸음이 뒷문으로 들어와 거실로 들어선다. 몽롱한 의식 속에 침실 문 앞에 발걸음이 멈추어 서는 것을 의식한다. 예진이를 반겨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눈이 떠지지 않는다. 아마 예진이가 내 곁에 와서 누울 것이라고 짐작한다.
그런데 잠잠해진 것을 보아 잠든 내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문득 나의 치마를 밀어 올린 손길이 허벅지를 쓰다듬는다. 예진의 손길이 점점 허벅지 안쪽을 더듬고 들어온다. 아마도 성적 충동을 일으켜 내 몸을 만지고 싶은 것이리라 생각한다. 머리가 어지러우니 귀찮게 하지 말라고 말하려 하지만 입이 열리지 않는다.
허벅지를 쓰다듬으며 점점 안으로 들어온 손길이 음부 근처의 예민한 살갗에 자극을 일으킨다. 약기운과 몰려드는 잠 때문에 귀찮아서 거부하려는 마음이지만 육체는 민감한 반응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점점 더 과감하게 음순을 문지르는 손길에 흥분하기 시작했다. 손길이 클리토리스를 스치고 지날 때마다 내 몸은 흠칫 거린다.
구슬을 굴리듯이 클리토리스를 굴리더니 두 손가락 사이에 끼고 당긴다. 몸이 오그라드는 전율로 몸속에서 흘린 진액이 음부를 축축하게 적신다. 조금씩 다른 손이 나의 팬티를 벗기고 있었다. 팬티가 벗겨나가고 하복부가 허전해지는 것을 느꼈다. 깊은 잠에 빠져들려던 나는 있는 힘을 다해 거부한다.
“하지 마........!”
“.......!?”
크게 소리 질렀으나 목에 걸린 목소리가 간신히 흘러나온다. 천근같이 무거운 몸을 돌려 벽을 향해 누웠다. 뒤척인 나를 바라보고 있는지 잠시 정적이 흐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이고 옆으로 누워 있는 나의 엉덩이 사이로 손이 들어왔다. 그리고 다시 음순에 마찰을 가하고 클리토리스를 일으켜 세운다. 나는 점점 쾌감의 늪으로 빠져든다.
“음.......!”
촉촉하게 젖은 보지 속으로 손가락이 들어오는 것을 느끼고 숨을 들이킨다. 보지 속으로 들어온 손가락이 익숙하게 예민한 세포들의 돌기를 일으킨다. 엑스터시의 환상 속에 빠져들면서 꿈과 현실사이를 오고간다. 보지속의 살갗에 마찰을 일으키던 손가락이 빠져 나갔다. 그리고 다시 무엇인가가 음순을 짓이기며 보지 속으로 들어온다. 잠결에 손가락 같지가 않았다. 불덩이같이 뜨거운 느낌에 잠에서 깨어나 눈을 떴다. 황당한 광경에 기겁을 한다.
“너, 진혁이........!?”
“아! 아줌마........”
바지를 끌어내린 진혁이가 내 엉덩이에 달라붙어 있었다. 나의 엉덩이 뒤로 들어난 보지 속으로 페니스를 집어넣은 진혁이 헐떡거리고 있는 모습에 경악하였다. 그러나 이미 진혁의 페니스로 채워진 나의 보지는 민감한 반응을 일으킨다. 하지만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 안 돼.........! 하 읍........”
“아줌마 잠든 거 아니었지? 아줌마도 좋아서 보짓물을 흘렸잖아!”
의기양양해진 진혁이 거친 숨을 내뱉으며 둔부를 흔든다. 진혁의 페니스가 진퇴운동을 할 때마다 흔들리는 내 육체는 쾌감의 황홀함 속으로 빠져든다. 그런데 오르가즘을 느끼려는 순간 진혁의 페니스가 용틀임을 하더니 뜨거운 분비물을 쏟아낸다. 절정을 향해 치닫던 내 육체는 아쉬움으로 꿈틀거린다.
개선장군처럼 나를 내려다보던 진혁이가 보지 속에 박힌 페니스를 쑥 뽑아낸다. 번들거리는 진액을 뒤집어쓴 진혁의 페니스가 허공에서 끄덕거린다. 히죽거리는 웃음을 흘린 진혁이 바지를 추켜 입고 침실을 빠져나간다. 자잘한 쾌감에 젖은 나는 날벼락을 맞은 사람처럼 멍하니 진혁이 사라진 침실 문을 바라본다.
내 몸은 또 다른 남성의 욕정으로 쏟아낸 분비물로 얼룩진다. 그것도 나이어린 학생의 페니스에 정복당한 것이다. 아무래도 내 몸에는 악마가 깃들은 것 같다. 나를 대하는 남자들은 모두 욕정의 화신이 되어 내 몸을 가만히 놔두지 않는지 모르겠다.
남다른 미모를 지녔다고 칭송을 받으며 남자들에게 도도하기만 하였던 나였다. 그런데 길지 않은 시간에 남편 이외에 다섯 명의 남자가 내 육체 안에 욕정의 흔적을 남겼다. 사랑했기 때문에 남편과 결혼을 했고, 배신을 한 남편의 사랑을 놓치기 싫어 고독한 시간들을 기다렸다. 그리고 지쳐서 허기진 시간들의 괴로움을 장현우에게 위로 받았다.
결국, 짐승 같은 은정의 오빠에게 스스로 욕정의 재물이 된 것은 장현우를 놓치기 싫었기 때문이다. 내 육체는 먹이사슬처럼 백화점 경비원과 어린 고등학생에게까지 유린을 당했다. 그때마다 스스로 알몸을 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당하는 것이라고 자위하면서 순결에 대한 자존심을 지켰다. 과연 나는 자존심이라는 미명아래 남자들의 욕정에 휘말리는 것은 아닌가. 아니면 나에게는 천부적으로 남자들을 유혹하는 무엇인가가 있는지도 모른다. 남자들이 나에게 매료된다면 어째서 남편은 나를 멀리 하는지 모를 일이다.
어쨌든 진혁이 잠든 나를 능욕한 것은 내가 자초한 일인지도 모른다. 예진과의 자위행위를 보였던 것이 잘못이었다. 정숙하게 보였던 내가 성적인 감성에 약하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그래서 진혁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던 것 같다.
세상의 모든 남자들이 두렵다. 역시 남자일 수박에 없는 남편을 사랑하기에 원망하면서 다른 남자에게 허기진 영혼과 육신을 위로 받으려했던 내 자신도 두렵다. 장현우가 탈주를 한 언론보도를 들을 때마다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알 수 없는 그림자에 공포를 느낀다.
저녁에는 바람이 몹시 불어 창문이 흔들리는 스산한 날씨였다. 예진이가 민호를 데리고 노는 동안 나는 텔레비전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시선은 텔레비전 화면을 향해 있지만 머리와 가슴 속은 텅 빈 상태였다. 민호가 잠드는 모습을 보고 예진이 하품을 하더니 졸음이 온다면서 뒷방으로 가버린다.
고요한 적막 속에 들리는 스산한 바람소리를 듣고 있노라니 마음과 육신이 춥고 떨린다. 바람과 함께 들리는 소리에 공연히 가슴이 덜컹한다. 귀를 쫑긋 세우고 들으니 대문 앞에 멈추어 서는 승용차 엔진소리가 흐릿하게 들린다. 내 마음은 반가움과 원망이 엇갈린다. 남편의 승용차일 것이라는 짐작에서였다.
나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차고 문이 열리는 소리에 이어 엔진소리가 멎었다. 그리고 정원을 걸어 들어온 발자국소리가 현관문 앞에 와서 멈추는 것을 감지하고 나는 벌떡 일어선다. 원망스러운 남편이라도 공포를 느끼는 시간을 같이 있어줄 사람이 필요했다.
현관문을 열고 서 있으니 남편이 뜻밖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들어온다. 근래에 와서는 한 번도 내손으로 남편이 들어오는 현관문을 열어 준 경우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남편의 모습을 본 순간 다시 화가 치밀었다. 싸늘하게 돌아서서 침실로 향한다.
순간적으로 변하는 나의 행동에 코웃음을 치며 바라본 남편이 현관문을 닫고 침실로 들어온다. 뒤따라 들어오는 남편을 의식하며 침대 모포를 집어 들었다. 남편과 숨바꼭질이라도 하듯이 모포를 들고 다시 거실로 나온다. 창문을 두드리는 바람보다도 냉랭한 바람이 남편과의 사이에 일어난다.
침대모포를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소파에 누웠다. 귀에 들리는 소리와 감각으로 남편의 움직임을 감지한다. 발자국소리, 문 여닫히는 소리, 그리고 정적이 감돈다. 잠이 오지 않으면서도 꼼짝하지 않고 누워 있었다. 얼마를 지났을까, 침실에서 나온 남편이 거실로 나왔다. 그리고 잠잠 한 것으로 보아 소파에 누운 내 앞에 멈추어 서 있는 것 같다.
남편과 나는 숨소리를 느낄 정도로 가까이 있으면서도 넘어 설 수 없는 장벽을 느낀다. 나는 되도록 남편이 느끼지 못하도록 숨소리를 죽이고 있었다. 한동안 멈추어 서서 나를 내려다보던 남편의 발자국소리가 서재로 향한다. 가끔은 집에 들어온 남편이 회사에 필요한 서류들을 정리 하는 경우도 있다.
삼십 여분이 지났을 즈음에 서재에서 나온 남편이 침실로 향한다. 혹시나 남편이 나를 일으켜 침실로 같이 들어가자고 하면 어떡하나하고 걱정했다. 사실 내 마음을 나도 모른다. 내가 남편의 말대로 했을는지 나 자신도 모르지만, 끝까지 무심한 남편이 더욱 원망스럽다.
어둠 속에 정적이 깃들고 바람소리가 스산해도 왠지 잠이 온다. 아마도 남편이 한 집안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모양이다. 어쨌든 모처럼 달콤한 잠에 빠져 들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소파에서 잠을 잤지만 상쾌한 아침을 맞이한다. 무엇이던지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긴다.
새삼스럽게 남편에게 멀어질 수 없는 이유를 발견한다. 새삼스럽게 아직도 남편의 사랑을 믿고 사랑하는 끈끈한 애증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모처럼만에 남편을 위해 아침 식사준비를 했다. 출근준비를 하고 나서던 남편이 주방에 차려놓은 식탁을 보더니 묘한 눈초리로 나를 쳐다본다. 남편이 어쩌면 나를 애처롭게 느껴도 좋고 가증스럽게 느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자존심도 상념도 버리고 남편의 아내이고 싶다.
남편이 주방으로 들어오는 것을 의식하면서도 일부러 모른 척한다.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아 고마울 따름이다. 시선을 피하고 있다가 무의식적으로 남편을 바라보고 흠칫 놀란다. 남편이 트럼프를 손가락사이에 끼고 묘기를 부리며 주방으로 들어온다. 화장대 위에 놓았던 트럼프 카드 조커였다. 문득 남편도 한때 트럼프 놀이를 즐겼고 그것도 프로급이었다는 것을 떠올린다. 혹시나 조커 커드가 침실에 있는 의미를 아는 것이 아닌가하는 마음에 남편의 눈치를 살핀다.
그러나 의외로 무표정한 남편이 손가락 사이로 손등과 손바닥을 오가며 재주를 부리던 카드를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예전에는 나를 즐겁게 하려고 하던 모습이었다. 남편에게 의심할만한 모습을 발견할 수 없어 안심을 한다. 아침 식사를 마친 남편이 침실로 들어가 잠들어 있는 민호를 자상한 눈빛으로 내려다본다. 그리고 서류봉투를 들고 집을 나서며 쓴 웃음을 지어 보인다.
남편의 승용차 엔진소리가 멀어져 간다. 뒤이어 등교하기위해 정원을 나서는 예진과 진혁의 모습이 보인다. 거실 소파에 우두커니 앉아 있다가 적막함이 싫어서 텔레비전 리모컨의 스위치를 누른다. 가수들이 나오는 쇼프로그램으로 방청석들의 즐거운 모습이 화면에 가득하지만, 나는 시끄러운 소리만으로도 안정이 된다. 뒷문으로 들어오는 뒷방 할머니 모습을 보고 구세주를 만난 것처럼 반겼다.
팔다 남은 것이라며 단 호박을 내놓는 할머니의 자잘한 주름을 보니 정겨웠다. 누군가 옆에 있어 주는 것만도 다행인데 나를 생각해 주는 할머니가 고맙다. 텔레비전 화면에 나오는 젊은 여가수의 속살이 들어나 보이는 옷차림새를 보고 할머니가 혀를 찬다.
“요즘 애들! 저 꼴이 뭐람? 젖퉁이를 들어내고 가랑이를 쩍쩍 벌리니 세상 다 망가진 겨.”
“호호~!”
넉살스러운 할머니의 표현에 웃음을 흘린다. 이어서 할머니는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할머니 말에 감동을 받거나 우스워서가 아니라, 할머니의 말을 듣고 있는 동안에는 외롭지 않아서였다. 할머니가 계속해서 말을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슬픈 표정도 지어보이고 때때로 감동하는 추임새를 한다.
정오가 되어서 할머니와 점심식사를 같이 했다. 식사를 마친 할머니가 장사를 하러 갈 시간이 늦었다면서 바쁘게 나가버리고 혼자가 되었다. 갑자기 모두가 떠나가 버린 황량한 폐허처럼 허전해진다. 할머니가 나가고 나서 집안을 뛰어 다니며 노는 민호를 넋을 놓고 바라보는데 초인 벨이 울린다. 무의식적으로 할머니가 되돌아 온 것이라고 일어서다가 생각한다.
집안 식구들은 대문 잠금장치의 비밀번호를 모두 알고 있었다. 의아스럽게 생각하며 인터폰 앞으로 다가섰다. 인터폰 액정 화면에는 오토바이 헬멧을 쓴 젊은 남자의 얼굴이 비친다. 모르는 사람만 보아도 가슴이 덜컹 내려앉기에 떨리는 음성으로 물었다.
“누구........세요?”
“윤도희씨 댁이죠?”
“네.......그런데요?”
“퀵 배달입니다.”
급하게 대답하는 젊은 배달부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나는 안심을 한다. 그러나 나에게 급하게 배달을 할 사람도, 물건도 없기에 의혹을 느낀다. 슬리퍼를 끌고 나가서 대문을 열었다. 기다리고 서 있던 배달부가 무조건 봉투 하나를 내밀고 사인을 하라고 한다. 사인을 하고나서 보니 의아스러웠다. 부피가 얇은 대 봉투에 발송자도 없었다.
봉투의 내용물을 살펴보는 동안에 배달부의 오토바이가 골목을 벗어나고 있었다. 스카치테이프로 봉함한 봉투였다. 봉함을 뜯어내고 봉투를 뒤집어 내용물을 꺼내려는데 트럼프 카드와 사진 두 장이 바닥에 툭 떨어진다. 온 몸이 오싹하는 두려움을 느낀다. 집어들고 살펴본 카드는 역시 트럼프의 조커 카드였다. 뒤집힌 사진을 돌려보고는 경악을 했다.
예진과 내가 하복부를 들어내고 침대에 나란히 누운 사진이다. 서로의 음부를 어루만지며 쾌감으로 일그러진 표정을 보니 끔찍스러웠다. 또 하나의 사진은 더욱 몸서리치게 한다. 완연하게 들어난 나의 엉덩이 사이에 페니스를 집어넣고 매달린 진혁이 안간힘을 쓰는 장면이다. 몽롱한 눈빛으로 돌아다보는 나의 표정이 저질스러운 탕녀의 모습 같아서 다리가 후들거리며 떨린다.
누군가 보고 있는 것 같아 대문 밖을 두리번거리다가 집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호흡이 멈출 것처럼 가슴이 진정되지 않는다. 주방으로 들어가 냉수를 한 컵 들이켜고 거실을 배회한다. 지금도 누군가 보고 있다는 두려움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사진으로 보아 집안 곳곳에 몰래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는 말이다.
온몸의 피가 역류하여 쏟아져 내리는 공포를 느낀다. 누가 어떤 마음에서 나를 두렵게 하는지 모르겠다. 과연 탈주한 장현우의 짓인가. 아니면 요즘 소식이 뜸한 미영이 뒤늦게 앙심을 먹은 것인가. 은정의 오빠, 그놈은 이미 사망한 것이 분명하다. 누구를 어떤 방법으로 의심해야하는지도 종잡을 수 없다.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오직 장현우뿐이다. 내가 아니어도 살인범으로 체포당할 증거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믿었던 나에게 배신을 당한 것에 앙심을 품었을 것이다. 문득 장현우의 별자리에 대한 메일을 보고 보낸 답장이 떠오른다. 나의 답장 메일에 회신이 있다면 주변을 맴도는 그림자의 정체가 장현우인지 알 수 있는지 모른다.
서재로 들어가 급히 컴퓨터 전원 스위치를 눌렀다. 컴퓨터가 부팅되는 시간이 오늘따라 느리게만 느낀다. 컴퓨터가 정상 작동이 되고 메일을 확인하려고 마우스를 쥐는데 메일이 도착해 있다는 신호가 깜박거린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누르고 마우스를 눌렀다. 그런데 발신자가 장현우의 아이디인 ‘너에게’ 가 아니고 ‘아폴로’였다. 별자리에 관한 아이디이기에 정신없이 메일 내용을 확인했다.
[사랑니에게]
아폴로가 과연 오리온을 죽이기 위해 전갈을 보냈을까? 아니면 사랑하는 아르테미스가 보냈을 수도 있고, 제우스가 심판을 했을지도 모르고, 아무도 보내지 않은 전갈일 수도 있고, 전갈이 오리온 자신의 마음인지도 모르지. [아폴로]
메일 내용을 읽고 더욱 아리송해진다. 그렇다면 장현우가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인가? 안개 짙은 미로 속을 헤매는 것만 같다. 의혹이 가득한 심정으로 메일함을 눌렀다. 수신 메일함에는 장현우로부터 온 메일이 없었다. 보낸 메일함에서 답장을 보냈던 메일의 수신 상태를 확인하니 아직도 수신을 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렇다면 누가 메일을 보낸 것이고, 새로운 메일을 보낸 발신자와 몰래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을 퀵 배달로 보낸 발신자와 관계가 있는 것인가. 인터넷 아이디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모습을 감추기 위해 내가 보낸 메일을 확인하지 않고 다른 아이디를 사용했을 수도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장현우일 가능성뿐이 없었다.
어떻게 하면 주변을 맴도는 그림자의 정체를 알 수 있는지 궁리를 하다가 컴퓨터를 끄려고 손을 뻗쳤다. 그런데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조금 전에 보았던 수신메일함의 상태가 머릿속에 떠오르며 의혹이 일어난다. 다시 마우스를 쥐고 수신 메일함을 클릭하였다. 역시 수상한 점을 발견했다.
누군가 나의 메일함을 확인해 본 흔적이 남아 있었다. 스팸 메일들을 확인하지 않는 성격인데 누군가 전부 확인을 한 것이다. 요즈음 인터넷 정보가 해킹 당하는 경우가 많다는데, 누군가에 해킹을 당하지 않았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결혼 초에 남편은 나의 아이디와 비번을 알고 있었지만, 내가 컴퓨터를 잘 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다. 남편은 자신의 잘못을 말하지 않지만, 나에게 할 말은 거침없이 내뱉는 성격이다. 남편이 컴퓨터에 글을 남겨서 나를 괴롭힐 이유도 없다. 말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다른 살림을 차려 외도를 하며 나에게 무관심한 자신의 태도에 미안한 생각은 하고 있었다.
장현우에게 메일 주소와 아이디를 알려주며 비번도 가르쳐 주었는지 기억이 희미하다. 아마도 별다른 생각 없이 가르쳐 주었다고 단정한다. 아니면 누군가에게 해킹을 당한 것이다. 컴퓨터를 끄고 거실로 나와 안절부절못한다. 누가 언제 어떻게 사진을 촬영했는지 궁금하다.
내가 집을 비웠던 날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친구를 만나기 위해 나갔던 날이던지, 아니면 쇼핑을 하던 날이 아니면, 친정어머니 생일날인지도 모른다. 날짜는 잘 모르겠지만 우선 사진을 촬영한 흔적을 찾아내고 싶다. 누군가 몰래 숨어들어 사진을 촬영하지 않았으면, 집안 어디엔가 CCTV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을 것이다.
사진을 촬영한 각도를 보아 위에서 내려찍은 것이다. 그러나 안방의 천장과 전등을 올려다봐도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뒷방 식구들은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예진과 같이 사진이 촬영된 뒷방으로 들어갔다. 한동안 뒷방을 서성거리다가 남편이 보안전문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친구가 생각났다. 친구의 도움이 필요하다.
친구에게 전화를 하려고 거실로 돌아왔다. 수화기를 들고 기억하고 있는 친구의 전화번호를 누르려다가 깜짝 놀랐다. 조용한 거실 안에 전화벨 소리가 요란하게 울린 것이다. 두려움과 당황스러움에 짜증스러운 나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상대방을 확인한다.
“누구세요?”
“..........”
전화를 걸어온 상대방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숨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전화를 끊지는 않은 것 같다. 장난 전화려니 생각하고 더욱 짜증이 나서 수화기를 내려놓으려 하는데 수화기 저편에서 굵직한 남자의 음성이 흘러나온다.
“.......누님! 저에요.”
“누, 누구........?”
내가 잘못들은 목소리인가 싶었다. 순간적으로 장현우의 목소리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갑자기 갈증을 느껴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급한 마음에 상대방이 장현우인 것을 다시 확인하고 싶다. 하지만 입술이 떨리고 입이 열리지 않는다. 내 마음을 읽고 있기라도 하듯이 상대가 말한다.
“나, 현우에요.”
“현우라고.......!?”
어쩌면 장현우가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는지도 모른다. 두려움으로 긴장했던 마음과 반가움이 엇갈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른다. 막상 상대가 장현우임을 확인하고는 머릿속이 혼란스럽다. 그가 정말 나를 두렵게 하던 장본인인가. 그렇다면 그림자처럼 주위를 맴돌다가 왜 모습을 나타낸 것인가, 이제 무슨 방법으로 나를 괴롭힐 것인가, 순간적으로 각가지 의문이 떠오른다.
[다음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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